법무법인신원 배향미변호사

 친구들과 함께 복권을 구매해 당첨금을 나누기로 한 적이 있나요? 만약 같이 사서 긁은 복권 당첨금을 한 사람이 당첨금을 독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형사처벌 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대법원 판결(2000도4335)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의 법적 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어떤 사례인가요?

A) A는 다방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A는 다방에 가서 다방주인 B와 함께 500원짜리 즉석복권을 1장씩 긁었는데 당첨이 되지 않았습니다. A는 다방 종업원 C에게 1,000원을 주면서 복권 2장을 더 사달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종업원 C가 4장을 사서 친한 D도 같이 복권을 긁어볼 수 있게 1,000원을 더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즉석복권 4장을 사서 A, B, C, D 네 사람이 복권을 긁었는데, 그중 C, D가 긁은 복권이 1,000원씩 당첨되었습니다. 이번에는 D가 심부름을 하여 당첨된 복권 2장을 복권 4장으로 교환하였습니다. A, B, C, D가 다방 탁자에 둘러앉아 ‘한 장씩 골라잡아 땡’이라고 하면서 한 장씩 골랐고, 이후 즉석복권을 긁어본 결과 다방주인B, 종업원 C가 긁은 복권이 각각 2,000만 원씩 당첨되었던 사례입니다.

Q) 처음 복권값을 낸 A는 복권 당첨금을 나누었나요?

A) 즉석복권이 당첨되자 종업원 C는 당첨된 복권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기도 하였는데, 다방 일이 바빠 복권을 탁자에 두고 일을 하였습니다. 그때 A는 다방주인 B로부터 당첨된 복권을 건네받고, 종업원 C에게는 허락을 받지 않고 복권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종업원 C는 복권을 찾았고, A는 당첨된 복권을 돈으로 교환하여 종업원 C에게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A는 세금을 공제하고 받은 당첨금 3,120만 원 중 종업원 C, 지인 D에게 100만 원씩 주었는데, C와 D는 복권 당첨금을 공평하게 넷으로 나누자고 하였습니다.

Q) A는 복권 당첨금을 공평히 나누어주지 않아 형사처벌 되었나요?

A) A가 당첨금을 나누지 않자 종업원 C는 A를 횡령죄로 고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 3심인 대법원에서는 유죄라고 보았습니다.

Q) 무죄의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A) 2심 재판부는 B, C, D가 A를 대신해 긁어 확인하기만 하고, 만약 복권이 고액으로 당첨되면 그 당첨금 중 일부를 A가 B, C, D에게 은혜적으로 일부를 지급하여 줄 것이라는 마음 속의 생각이 있었을 뿐이라고 보았습습니다. A가 당첨금을 나눌어줄 책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A에게 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Q) 대법원에서 유죄로 입장을 바꾼 근거는 무엇인가요?

A) 대법원은 함께 복권을 구입하고 당첨금을 나누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면, 당첨금을 독차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묵시적 합의란 ‘말로 명확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황과 행동을 비추어 보았을 때 당연히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A, B, C, D가 서로 친숙한 사이이고, 복권 1장 값이 500원으로 소액인 점, 첫 번째 복권 중 C, D가 1,000원씩 당첨되었을 때도 이를 두 번째 복권 4장으로 교환하여 와서는 네 사람이 각자 한 장씩 선택해 당첨 여부를 확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네 사람은 어느 누구의 복권이 당첨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함께 복권을 나누어 확인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당첨의 이익을 누리기로 하는, 즉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Q) A가 처벌된 횡령죄는 어떤 죄인가요?

A)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처벌되는 범죄입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A가 당첨금을 수령했다면 이는 4사람을 대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자신의 몫을 제외한 피해자 3사람의 몫을 잠시 보관하는 사람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A가 그 반환을 거부하자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Q) 친구들과 같이 복권을 사서 같이 긁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위 판결이 나왔던 2020년에 다방 복권 사건이 크게 보도되어 많은 분들이 들어보신 적이 있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재미로 복권 여러 장을 사서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복권을 나누면서 “이건 누구든 당첨되면 똑같이 나누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이건 사서 선물로 주는 거니까 당첨되더라도 각자 가지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복권 당첨금을 공평히 나눌 필요가 있는지는 복권을 사고, 나누는 당시 상황에서 “누구든 당첨되면 똑같이 나눈다”는 합의가 있었느냐가 관건입니다. 나중에 싸울 것 같으면 미리 정확히 어떻게 할지 못 박아 두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