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로 전화통화 녹음이 있는데 검찰이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나요?”, “배우자 몰래 자동차에 녹음기를 두고 증거를 잡으면 처벌되나요?”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몰래 한 녹음’에 관한 질문을 한 번씩은 받게 됩니다. 녹음 사실을 알리면서 녹음한 경우는 이를 증거로 쓰더라도 문제가 없겠지만, 몰래 한 녹음의 경우 민·형사상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Q) 관련 법률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의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위반이 인정될 경우 최대한 선처받는다 하더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하게 되는 중한 범죄입니다.
같은 법 제4조에서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증거능력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Q) 직접 통화한 전화녹음의 경우도 처벌되나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입니다. 나와 상대방이 한 대화나 전화통화와 같이 대화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한 경우 몰래 녹음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세 명이 대화하는 상황에서 몰래 녹음을 한 사람이 주된 대화자는 아니라도 조금이라도 대화에 참여했다면 위와 같이 대화의 당사자로 볼 수 있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도4981 판결).
Q) 대화자가 직접 한 녹음을 증거로 쓰는 경우 아무런 문제도 없나요?
자신이 한 대화 녹음을 재판이나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당사자가 몰래 한 녹음을 증거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피녹음자의 음성권이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보여질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3나8981 판결).
어떤 경우에 불법행위에 해당하는가는 녹음을 하게 된 목적이나 방법이 사회상규에 반하는지 등 개별적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녹음의 공개 방법에 있어서도 재판에 증거로 최소한만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언론 등에 공개하였는지 등 사용 방법에 따라 불법행위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녹음을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가청거리에 있는 타인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불법녹음인가요?
내가 대화자로 참여는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녹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0도1007 판결).
2023년 대법원 판례 사안을 소개하겠습니다. 대법원은 A가 자신이 근무하는 시청 사무실에서 소속팀장 B와 방문자 C의 대화 내용이 자신의 자리까지 들려오자 이를 몰래 녹음한 사안에 관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보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1) A가 녹음한 대화는 C가 B에게 차(茶)와 보온병을 선물하면서 나눈 것으로 사적인 것이고, (2) B나 C가 우연히 같은 공간의 근접거리에 있는 A가 위 대화를 청력으로 청취하는 것을 넘어 핸드폰과 같은 기계적 장치를 이용하여 이를 녹음하는 것을 용인하였다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3) 시청 사무실이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어 거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대화 내용을 들을 수는 있지만, 대화의 내용과 성질 및 대화 당사자들의 의도 등에 비추어 보면 B와 C의 대화가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B와 C의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도10284 판결).
반대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자가 누구나 들릴 정도의 가청거리에서 들리는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화의 목적이 대화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나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공연히 이루어진 대화라면 ‘공개된 대화’로 보아 제3자가 녹음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될 것으로 보이므로, 가청거리에 있는 다른 사람의 대화를 녹음하는 등의 경우 범죄행위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숨겨 한 녹음의 증거능력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숨겨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에 관하여, 대법원은 최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고, 아동의 부모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20도1538).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어 부부가 같이 이용하는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둔 경우도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에 해당하므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처벌되고, 이혼 등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Q) 집에 설치해 둔 홈캠에 자동녹음된 제3자의 대화 내용을 듣는 것도 불법인가요?
집에 설치해 둔 홈캠에 자동녹음된 대화를 듣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에 해당하지 않아 홈캠에 녹음된 제3자의 대화를 듣고 제3자에게 이를 전송했어도 무죄라는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거실에 부부 동의 하에 자동녹음기능이 있는 영상정보 처리기기(홈캠)을 설치해 두었는데, 본인이 없는 사이 배우자와 배우자의 동생 등 대화하는 것이 자동녹음된 것을 나중에 재생해 듣고 이를 제3자에게 넘긴 사건이었습니다. ‘청취’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엿듣는 행위이고, 이미 대화가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입니다(대법원 2023도8603).
홈캠은 아니지만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차량 블랙박스에 자동으로 녹음하는 기능이 있는 블랙박스를 설치해 둔 경우도 많습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과 음성을 확보하여 이혼이나 위자료 재판 등에서 부정행위의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홈캠의 경우나 블랙박스의 경우 모두 자동 녹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설치했고, 즉 녹음 당시 피녹음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3자가 이를 사후에 청취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저작권자 ⓒ 디엠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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